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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하게 배우는 일상 속 의학 지식

적록색약의 유전, 왜 남성이 압도적으로 높을까?

by 정방장 2024. 3. 26.

안녕하세요. 건강한 의학도, 정방장입니다.

여러분들 혹시 드라마 <더 글로리> 보셨나요?

속 시원한 복수극으로 얼마 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드라마 <더 글로리>의 전재준이 앓고 있던 병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바로 적록색약인데요, 실제로 우리나라 남성 5.9%, 여성 0.4%가 선천적인 색각 이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갓 스무살이 된 성인 남성들의 경우 병역 판정 신체검사를 누구나 받게 되실 텐데요,

그때 처음으로 진행하는 이 색약 검사에서 색약 판정을 받는 비율이 꽤 높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색각 이상의 남녀 비율에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유전적인 영향 때문인데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도 주인공 사이의 부녀 관계를 적록 색약이라는 과학적 사실을 통해 재치 있게 풀어나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색각 이상에 대해 심플하게 알아보고, 유전적 특징을 바탕으로 남성의 적록 색약 비율이 높은 이유와 <더 글로리> 속 의학적 진실을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색각 이상이란?

색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색약은 '색각 이상증' 안에 포함되는 증상입니다.

흔히 색약과 색맹을 구분하지 않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쉽게 말해 색을 완전히 구분하지 못하면 색맹, 색의 일부를 구분하지 못하면 색약이라고 부릅니다.

즉, 색각 이상 정도의 차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우리 눈의 망막은 눈의 뒤쪽 2/3를 뒤덮는 투명한 신경조직입니다.

망막에는 명암을 구분하는 '막대세포'와 색깔을 구분하는 '원뿔세포'가 있습니다.

원뿔세포는 적색(R), 녹색(G), 청색(B)에 특별히 감수성을 갖고 반응하는 광색소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반응하는 색에 따라 3종류의 원뿔세포가 있으며, 기능이 약해진 세포의 종류에 따라 적색약, 녹색약, 청색약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즉, 적색 원뿔세포와 녹색 원뿔세포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경우 적록 색각 이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정상인과 적록 색각 이상을 보이는 사람의 시각 차이는 아래 그림과 같이 나타납니다.

정상인의 시선(좌), 적록색약의 시선(우)

 

색각 이상증은 유전되어 주로 선천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으로, 이를 선천적 색각 이상이라 부릅니다.

뿐만 아니라 황반변성, 녹내장, 백내장 등 질병에 의해 후천적으로 색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위 질병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유전 현상의 기본

적록 색약의 유전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유전과 관련된 어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상 염색체 유전과 성 염색체 유전, 반성 유전, 우성과 열성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성 염색체와 상 염색체

: 인간의 경우 46개의 염색체를 갖습니다. 부모로부터 유전을 통해 각각 23개의 염색체를 물려받아 2개씩 23쌍의 염색체를 갖게 되는 것입니다.

각 염색체에 번호를 매기는데, 1번~22번 염색체 44개를 상염색체라 부르며 나머지 두 염색체가 성염색체입니다.

남자의 경우 성염색체로 X염색체와 Y염색체를, 여자의 경우 X염색체 두 개를 갖습니다.

 

반성 유전이란?

성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 의해 일어나는 유전현상입니다. 따라서 문제가 되는 형질이 성과 관련되어 나타나게 됩니다. 보통 X염색체에 있는 유전자에 의한 유전을 반성유전이라고 합니다.

 

우성과 열성

: 두 쌍으로 존재하는 염색체는 여러 가지 유전적인 형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정 형질을 결정하는 한 쌍의 유전자를 대립 유전자라 부릅니다. 두 대립 유전자가 다른 경우를 이형 접합, 같은 경우를 동형 접합이라 하는데, 동형 접합의 경우 해당 대립유전자의 형질이 나타납니다. 이형 접합의 경우에도 한 가지 형질만 나다는데, 이때 겉으로 나타나는 형질을 우성형질이라 하고 나타나지 않고 잠재되어 있는 형질을 열성형질이라고 합니다. 열성유전이란 어떤 형질이 열성유전자에 의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적록 색약의 유전

청색을 감지하는 원뿔세포 색소는 상염색체에 존재하여 유전되지만, 
나머지 적색과 녹색에 반응하는 색소는 X염색체에 위치하여 유전되며, 이를 반성 유전이라 부릅니다.

 

즉, 적록 색각이상증은 X염색체를 통해 유전되는 열성 형질입니다.

남성의 Y염색체는 아버지에게 물려받고, X염색체는 어머니에게 물려받습니다.

여성의 경우 아버지 어머니에게 모두 X염색체를 물려받습니다.

따라서 적록 색약은 남성의 경우 어머니의 영향이 절대적입니다.

 

여성의 경우 성염색체가 XX로 구성되어 있으며 적록 색약은 열성 형질이기 때문에,
하나의 X염색체에 이상유전자가 있다 하더라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남자의 경우 X와 Y염색체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X염색체에 이상이 있다면 증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것이 남자가 여자에 비해 적록 색약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입니다.

여성은 두 개의 성 염색체 모두 이상이 있어야 하지만 남성은 하나의 성 염색체에만 이상이 있어도 색약 증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적록색약 증상의 발현 여부를 통해 알 수 있는 과학적 사실이 있습니다.

<더 글로리> 속 인물 관계와 관련지어 알아봅시다.

 

적록 색약 관련 <더 글로리>의 스토리

: 갈등의 중심인물은 전재준과 하도영과 딸 하예솔입니다. 법정 서류상 하예솔은 하도영의 딸로 등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내용 상 전재준은 하예솔의 어머니인 박연진의 불륜 상대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드라마 전개에 따라 결국 하예솔은 전재준의 딸임이 밝혀집니다. 드라마 전개에 있어 전재준과 하예솔을 부녀 관계 가능성을 높이는 도구로 사용된 소재가 적록색약입니다. 전재준과 하예솔 모두 적록색약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적록 색약이라는 동일 질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녀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정은 다소 비약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적록 색약은 부녀 관계를 입증하는 아주 강력한 소재입니다.

이는 위에서 배운 적록 색약의 유전 방식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하예솔은 적록 색약인 여성이므로 두 X염색체 모두 비정상 유전자를 포함한 염색체이며, 이는 각각 부모로부터 하나씩 물려받은 것입니다.

즉, 하예솔의 부친은 X염색체에 적록 색약에 관해 비정상 유전자를 갖기 때문에 부친 또한 적록 색약을 보여야 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자연스러운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드라마 설정 상 적록 색약 증상을 공유하는 설정이 전재준과 하예솔의 부녀 관계를 강하게 입증하는 소재인 것입니다.

 

 

오늘은 적록 색약, 즉 색각 이상에 대해 심플하게 배우고 이를 드라마 속 생활에 대입하여 해석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적록 색약은 반성 유전되는 열성 형질이기 때문에 남성 환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딸이 적록 색약일 경우 아버지도 질환을 공유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이렇듯 유전되는 질환은 그 질환의 유전 방식에 따라 남/여간의 발현되는 양상이 다양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적록 색약을 다뤄보았고, 다음에는 또 다른 유전병에 대해서도 알아봅시다.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 궁금했지만 찾아보기 어려웠던 의학 지식들, 찾아봐도 무슨 소리인지 몰라 쉽게 알고 싶은 건강 정보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다음에는 더 유익한 정보로 심플하게 찾아뵙겠습니다